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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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因果
영어: Causation, Cause and Effect

1 원인과 결과, 혹은 그 둘이 맺는 관계

1.1 개요

'무언가를 일으키는 것'과 '무언가에 의해 일어난 것', 혹은 그 둘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

예를 들어 선풍기 사망설에 따르면 "선풍기 바람은 사람의 죽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게임 중독법이 발의된 논리에 따르면 "각종 범죄 사고는 게임 중독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과학은 이러한 잘못된 견해들을 바로잡고, 그 대신 자연과 사회에서 정말로 벌어지는 인과 관계를 올바르게 규명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우주와 인간의 역사는 이런 인과 관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짐으로써 형성되는 것이라고 흔히 인식되고는 한다.

철학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연구된 개념 중 하나이며, 주로 형이상학의 주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본 위키 페이지에서도 '인과' 개념을 철학적 혹은 형이상학적으로 규명 혹은 정의하려는 시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1.2 '인과'의 특성?

임의의 순서쌍 [math]\langle x,y \rangle[/math]를 두고 그 순서쌍이 인과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과학, 역사 같은 지식이 충분히 갖추어졌다는 전제 하에서 직관적으로 판단가능한 것 같다.

예시:
* '큐대에 맞은 당구공 a가 또다른 당구공 b를 쳐서 b가 굴러갔다': 인과 O
*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인과 X

이때 직관적으로 '인과'에 해당하는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인과'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띤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여겨진다.

1.2.1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임의의 사물, 사건, 혹은 현상에 관하여 그게 이루어지게끔 한 원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직관. 즉 그 원인을 따질 수 없는 사물, 사건, 혹은 현상이란 없다. 전통적으로 충분 이유율(The Principle of Sufficient Reason)이라고 불린다. 종종 '무에서 유가 생겨날 수 없다(ex nihilo nihil fit)'는 원리와도 엮인다.

그 어떤 사물/사건/현상이 되었든, 설령 그걸 현재의 지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한들, 원리적으로 그 사물/사건/현상은 규명 혹은 설명이 가능하며, 또한 가능해야만 한다는 직관을 반영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는 과학자들의 격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충분 이유율은 흔히 유신론의 옹호 논변에서 동원된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는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라이프니츠가 충분 이유율을 근거로 삼아 소위 '우주론적 신 존재 논변'을 제시한 것이 유명하다.

1.2.2 원인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

원인은 그에 대응하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일으킨다고 보는 직관. 즉 원인이 주어졌는데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과 관계는 우연적인 관계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까마귀가 나무에서 날아갔는데 배가 떨어졌다'는 것을 대개 인과로 보지 않는 까닭은 그게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학에서 특정한 시술이나 투약이 을 치료하는 원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다. 만약 특정한 병증을 보이는 환자에게 모종의 시술을 해서 효과를 봤지만, 그게 우연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그런 시술이 해당 병증을 치료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확률은 희박하다.

더불어 충분 이유율과 결합할 경우 형이상학적 결정론을 함축하게 된다. 데모크리토스가 이런 입장의 선구자 중 하나다. 즉 그런 면에서 인간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 것처럼 보이므로, 윤리학기독교 등과 관련되어 오래 전부터 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다만 인과 관계가 엄밀한 의미에서 '필연적'이라는 견해는 아래에 소개될 데이비드 흄의 경험주의 논변에 취약하다는 큰 약점을 갖는다. 그래서 '인과' 개념에 대한 현대 이론들은 인과가 필연적이라기 보다는 확률적이라고 보는 경우가 더 잦다.

1.2.3 인과엔 방향이 있다

'인과는 거꾸로 흘러가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는 일방향적이지 쌍방향적이지 않다'는 직관. 이는 곧 형식논리적으로 인과 관계 [math]C[/math]가 반대칭(anti-symmetric)적이라는 논제('[math]\forall x \forall y: (xCy \wedge yCx) \to (x=y)[/math]')로 표현된다[1].

'원인과 결과는 비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는 견해는 바로 이러한 직관에 기초한다. 결과가 원인보다 시간 상 앞설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의미에서 반대칭성을 띠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여행과 관련된 여러 역설들, 그리고 뉴컴의 패러독스 역시 이러한 직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만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반대칭성을 위반하는 인과 관계가 발견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양자역학에서 양자 얽힘 현상과 관련해 '지연된 선택 양자 지우개' 실험이 이렇듯 반대칭성을 위반하는 "역행적 인과"의 가능성을 시사하는게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2].

1.2.4 원인과 결과는 관련되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는 그 내재적인 성질에 있어서건, 외재적인 관계에 있어서건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직관. 즉 원인과 결과는 서로 충분히 관련되어야만 한다. 두 변인 A와 변인 B 각각이 따로따로 제 3의 변인인 C와 연결된 경우, A와 B는 "충분히 관련"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구분된다. 거짓 원인의 오류도 참조.

"내재적 성질에서 동떨어진" 것의 사례로는 영혼 간의 관계가 있다. 설령 비물리적인 영혼이 정말로 있다고 한들, 그런 영혼은 물리적인 과는 인과적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 같다. 하나는 물리적이고 다른 하나는 비물리적이라는 점에서 내재적 성질상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 공주가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에 가한 대표적인 비판으로 유명하며, 심리철학의 효시가 된 논변이기도 하다.

"외적 관계에서 동떨어진" 것의 전통적 사례로는 사물들 간에 물리적 거리가 떨어진 경우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두 사물들 간의 인과, 혹은 원거리 작용(action at a distance)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다만 해당 사례는 만유인력의 발견 이후부터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결국 EPR 역설이 논파됨에 따라 결정적으로 논파되었다고 여겨진다.

1.3 고전적인 형이상학적 견해들

1.3.1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론 [3]

아리스토텔레스는 임의의 사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 질문들에 대한 답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때 "왜" 질문에 대한 대답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원인(αἴτιον)"이라고 간주했다.

'사물 x의 네 가지 원인:
*
질료인(material cause): "
x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 e.g. "뽀로로 피규어는 합성수지로 이루어져 있다."
*
형상인(formal cause): x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 e.g. "뽀로로 피규어가 된다는 것은 뽀로로 모양을 띤다는 것이다."
* 작용인(efficient cause): "x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 e.g. "뽀로로 피규어는 일련의 조형 기술에 따라 이러저러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 목적인(final cause): "x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 e.g. "뽀로로 피규어는 뽀로로 덕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인과 목적인이 많은 경우에 일치한다고 보았으며, 이 목적인이 질료인이나 작용인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당시에도 자연을 설명하는데 '목적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에 맞서 목적론을 옹호하는 논변을 『자연학』에서 제시했다.

현대에도 여전히 목적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일반적이며, "원인"이라고 할 땐 작용인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진화론에서 자연선택에 기초한 설명이 '목적인'과 맥락을 같이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에 관한 찬반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4].

1.3.2 데이비드 흄의 인과 회의주의

1.3.3 프리드리히 니체의 '계보적' 분석

1.3.4 데이빗 루이스의 반사실적 접근

2 "인과"라는 말이 쓰이는 사례

2.1 가상의 기술명칭

전략인간병기 카쿠고에 나오는 제로식 방위술의 오의 중 하나. 당연히 이름의 유래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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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공격하려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제로식 방위술의 진수가 담긴 오의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면 그를 향해서 정권(혹은 발차기)을 날려 그대로 꿰뚫어버리는 단순하면서도 위력적인 오의이다. 전투 기록을 분석하던 하라라의 부하들도 예술적이기까지 한 크로스 카운터의 극치라고 칭송할 정도로 강력하다.

하가쿠레 오보로가 단순히 카쿠고를 누르는 정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력은 카쿠고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 기술을 전수받게 된 이유가 안습한데, 형의 실력을 따라잡지 못하겠다고 고백하는 카쿠고한테 "하라라의 실력을 따라잡는 것은 이 애비한테도 쉬운 일이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가르쳐줬기 때문. 하지만 그 위력은 상당해서 하라라도 처음에는 양패구상 직전까지 갔으며, 초반에는 아예 이 기술에 의한 반동으로 카쿠고가 가란 성에 단신으로 레이드를 뛰러갈 때까지 떡실신당했다.[5]

다만 상대의 공격을 역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상대가 공격하지 않으면 단순한 공격에 지나지 않아, 그 위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3차전(작중에서 직접 맞붙은 걸로 치면 두 번째)에서 하라라는 "내가 공격하지 않으면 기술을 쓸 수도 없는거냐, 이 도둑놈!"이라면서 도발한다. 그리고 카쿠고는 이에 선제 공격을 한다.[6]

2.2 애니메이션 UN-GO의 등장인물

일본어 발음으로는 인가라 불린다. 이름의 유래는 역시 1.

2.3 게임 및 레벨 디자인에서의 인과

환경(레벨)에 위치한 각 요소들이 상호작용으로 연결된 것으로 작용 반작용 원리와도 유사해 회사마다 이를 칭하는 것도 제각각이지만 핵심은 여기에 개연성을 더해, 플레이어가 전등 스위치를 켜서 '원인'을 제공하면 불이 켜지든 (고장난 상태라면) 작동이 안된다는 메시지나 켜졌다 꺼졌다 혹은 스파크가 튀어 상식적으로 그럴듯하게 납득 가능한 사유를 '결과'로서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 작동할 것 같은 사물에 사용 키를 눌러도 무반응이거나 그동안 학습했던 상식과는 반하는 결과를 보여줄 경우, 플레이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참고로 퍼즐 요소에서 응용할 일이 많다.

  1. 비대칭적(asymmetric; '[math]\forall x \forall y: xCy \to \neg yCx[/math]')인게 아니라 반대칭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중 하나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원인인 가능성, 즉 '자기 원인(causa sui)'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흔히 기독교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러할 것이라고 간주된다.
  2. [1]
  3. [2] 참조
  4. 다윈 자신은 연구 저작에서 "목적인" 개념을 사용한 기록을 많이 남겼으며, 또한 진화론을 목적론으로 파악한 아사 그레이(Asa Gray)의 견해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Lennox, J. G. (1993). Darwin was a teleologist. Biology and Philosophy, 8(4), 409-421.). 물론 다윈의 입장이 맞는지, 또한 그게 현대 진화생물학에 제대로 부합하는지 여부는 또 전혀 다른 문제다. 스탠포드 철학 백과 참조.
  5. 물론 이땐 하라라가 전술귀에 빙의를 해서 싸웠기 때문에 육체적 능력이 비교도 안되는 수준으로 너프된 상태였다.
  6. 이 당시 상황이, 카쿠고는 배가 갈라지고 왼손이 나선의 파문 때문에 잘려나간 상태라 과다 출혈로 4분 정도 밖에-그것도 호리에가 교신으로 응원해줘서 2배로 늘은 것-싸울 수 없는 상태였고, 하라라는 인과에 맞아 시력을 잃어 자기가 선제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하라라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도발로 카쿠고의 공격을 유도하고, 이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어 카쿠고를 붙잡은 채로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