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1 개요

일본영화. 1983년작.

이마무라 쇼헤이가 1983년에 감독한 작품이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오가타 켄, 사카모토 스미코, 바이쇼 미츠코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후카자와 시치로(深澤七郞)의 소설인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동북의 신무들(東北の神武たち)》 등을 원작으로 한다.[1]

19세기 경 일본의 한 척박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이마무라 쇼헤이가 늘 그러했듯이 하층민들의 고단한 삶과 인간의 원초적 욕망 등을 강렬하면서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덕분에 의외로 수위가 쎈 편이다. 제목인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에서 나랴아먀[楢山]는 극중에 등장하는 산의 이름이며, 부시코[節考]는 노래를 말한다. 따라소 직역하자면 "나라산의 노래" 정도가 될 것이다.[2]

감독인 이마무라 쇼헤이는 1968년에 감독한 《신들의 깊은 욕망》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1979년에는 《복수는 나의 것》을 감독하여 재기에 성공하였고, 이후 이 영화 덕분에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가 감독한 영화 중에서도 특히 수작으로 뽑힌다.

2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에도 시대 말기의 동북지역에 위치한 어느 산골 마을이다. 이 곳의 주민들은 비록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지만, 척박한 환경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궁핍하게 살고 있는 데다가 깊은 오지에 있어서 정부의 통제도 거의 받지 않는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의 룰을 정해놓고 사는데, 특히 식량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에 도둑질을 한 이들은 엄벌에 처한다. 또한 먹는 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가족 중 오로지 첫째 아들만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나마도 갓난 아기들을 버려서 죽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3] 또한 아들들은 부모가 70세가 넘으면 그들을 등에 업고 나라야마라는 산의 꼭데기에 올라서 부모를 버려두고 와야 하는 무서운 전통이 있었다.

주인공인 타츠헤이의 어머니인 오린은 69세가 되자 나라야마에 올라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타츠헤이는 무척 괴로워한다. 그 해에 타츠헤이 가족은 사계절에 따라 농사를 짓고, 새로운 부인을 맞아들이거나, 타츠헤이의 아들 케사키치가 결혼하는 등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된다. 결국 초겨울에 오린이 70세가 되자, 다츠헤이는 어머니를 지게에 싣고는 나라야마의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3 등장인물

  • 타츠헤이
주인공. 산골마을의 주민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다. 슬하에는 케사키치를 포함한 두 아들이 있으나, 아내와는 사별했다. 일반적으로 거친 환경에서 자라난 탓에 비정한 성격을 지닌 다른 주민들과는 달리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격의 소유자.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깊다.
  • 오린
타츠헤이의 어머니.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 매우 지혜롭고 현명한 노파이다. 남편이 자신의 어머니를 나라야마에 버려야 한다는 전통을 어기고는 도망치는 바람에 혼자서 자식들을 키워왔다. 70세가 가까워지자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한편, 타츠헤이를 위해 새로운 며느리를 들여오기도 한다. 자애로운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을의 안위를 위해 손자의 아이를 임신한 마츠야를 사지로 몰아넣는 등 냉정한 면모도 있다.
  • 타마얀
이웃마을의 과부. 오린이 곧 나라야마로 떠날 자신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돌보기 위해 새로 들여온 며느리이다. 마음씨가 착하고 성실하며 부지런하며 인정도 많은 편이다.
  • 케사키치
타츠헤이의 큰 아들. 착한 성품의 아버지와는 달리 거칠고 게으르며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얼굴이 잘생긴 탓에 마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삼촌인 리스케를 바보 취급하며 매일 투닥거린다. 마을 처녀인 마츠야와 사귀다가 마침내 아이까지 얻었다가 이를 모두 잃고 큰 실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금세 털고 일어나서 다른 여자를 사귀는 모습을 보여준다.
  • 리스케
타츠헤이의 동생.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개그캐릭터에 가깝다. 장자가 아니기에 마을의 규칙에 따라 결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불만이 많다.[4] 전체적으로 행동거지도 변변치 않고 철이 덜 들은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이상한 병에 걸려서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바람에 마을 여자들은 모두 그를 기피한다. 형과 어머니는 익숙해서 별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와 이야기할 때에는 코를 쥐어막기까지 한다. 이후 어머니 오린의 도움으로 후각이 마비되어 냄새를 맡지 못하는 마을 과부인 오에이와 동침하며 소원을 성취하게 된다.
  • 마츠야
케사키치와 사귀는 동네 처녀. 이후 케사키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타츠헤이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그러나 케사키치처럼 게으르고 놀고먹기만 좋아할 뿐, 집안일에는 영 서툴다. 더욱이 마츠야의 아버지는 마을의 룰을 깨고 너무 많은 아이들을 낳았다가 결국은 식구들을 부양하기 어려워지자 이웃들의 농작물을 도둑질까지 하다가 식량을 모두 몰수당하는 벌을 받는다.[5] 결국 마츠야도 가족들을 위해 몰래 도둑질을 하기 시작하고, 오린은 마을과 집안의 안녕을 위해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결국 마츠야는 식구들,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생매장당해 죽는다.

4 트리비아

  • 1998년, 일본 문화 1차 개방 당시에 한국에 수입되어 극장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하나이다. 즉, 한국 극장에서 정식개봉한 일본영화 중에서도 1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당시에도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왔다.
  • 작중에서 오린을 연기한 배우 사카모토 스미코는 영화 촬영을 위해 스스로 멀쩡한 이까지 뽑는 열의를 보였다. 타츠헤이를 연기한 오가타 켄 또한 오린을 등에 업고 산을 오르는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40kg의 짐을 메고 등산을 하며 훈련했다.
  1. 정확히 말하자면 두 작품의 내용을 적절히 버무렸다.
  2. 영어판의 제목도 "Ballad Of Narayama"이다.
  3. 아들을 얻으면 일꾼으로 쓰려고 남겨두지만, 딸을 얻으면 대부분이 버려서 죽이거나 가끔 외지에서 마을을 찾아오는 소금장수에게 팔아넘긴다.
  4. 리스케처럼 결혼을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마을 남자들은 욕정을 풀 대상이 없어서 동네 개들을 수간하기까지 한다.
  5. 마츠야의 아버지는 이 때에 케사키치에게 "나는 자네의 장인이니 좀 도와주게"라고 하소연하지만, 케사키치는 장인의 뺨을 후려치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윽박지른다. 마을 사람들이 식량을 훔치는 것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