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실로

나의 침실로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

퇴폐낭만주의에 속하는 이상화의 시.

마돈나의 선구작
교과서에 대놓고 야설 실어놓기

한창 나이의 많은 남자 고등학생들이 '수밀도의 네 가슴에'이란 구절을 읽고 거유에 불타오른다는 소문이 있다. 아니, 친절한(?) 국어교사들은 대놓고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실제로 이상화가 대놓고 므흣하게 지어놓은 것이다. 대구 달성공원에 이 시를 새겨놓은 시비가 있다.

생각없이 읽다보면 아랫도리가 불끈거리는 성적 타락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시는 암울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자세한 내용은 추가바람-

‘마돈나’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려는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덴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촉(燭)불을 봐라.
양털같은 바람결에도 질식(窒息)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 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에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으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으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