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 카스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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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Garry Kimovich Kasparov. Гарри Кимович Каспаров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러시아의 프로 체스 선수. 체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로 꼽히는 인물이다. 약 1985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6년간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체스 실력을 평가하는 점수인 Elo 레이팅 세계 1위를 1980년대부터 2005년 은퇴할때까지 유지했다. 그의 Elo rating 최고기록인 2851은 현재 깨진 상태.[1] 바둑계의 이창호와 비슷한 선수.

어릴적부터 체스에 재능을 보여 10살에 유명한 러시아의 세계챔피언 미하일 보트비닉의 제자가 되었고, 16살에는 이미 세계랭킹 15위를 찍는다.

21살이 된 1984년에는 당대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나톨리 카르포프에게 도전기를 벌였는데, 이 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5개월동안 48게임을 두어 그 중 40게임을 무승부로 끝내는 전무후무의 대결을 벌였다. 이때 세계 챔피언 결승전은 전체 게임 수와 관계없이 상대보다 6승을 더 많이 따내는 쪽이 승리하는 독특한 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가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한 세계 체스 협회 측에서 경기를 중단시켜버린 최초의 챔피언 결정전이 되었다.[2]

카스파로프는 다음 해 챔피언 결정전에 재도전하여 결국 챔피언 자리를 따내게 되고, 이후 체스협회와의 반목[3]으로 협회를 떠나는 1993년까지 챔피언 자리를 연속 방어하였다.

2 슈퍼컴퓨터와의 대결

카스파로프가 처음 세계 챔피언에 올랐을 무렵, IBM에서는 "세계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체스 컴퓨터를 만들자!"는 목표로 체스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IBM에서 내놓은 첫 모델은 1989년에 나온 깊은 생각(Deep Thought)[4]로, 카스파로프에게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4게임 중 한판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당시 깊은 생각의 Elo 레이팅은 약 2500 정도로, 그랜드마스터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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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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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차전. 카스파로프(4–2, 승)와 딥블루의 앞잡이 닝겐.[5]

1996년, IBM은 깊은 생각을 업그레이드한 딥 블루(Deep Blue)를 제작하여 카스파로프에게 재도전하였다. 딥 블루는 IBM의 메인프레임인 RS/6000 SP가 메인으로써, 체스에 특화되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데다 체스 전용 칩을 16개나 가지고 있었다.[6] 이 경기에서 딥 블루는 6경기 중 첫 경기를 이겨, "공식 경기에서 세계챔피언에게 한판을 따낸 최초의 체스 컴퓨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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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2차전. 카스파로프와 딥블루(3½–2½, 승)의 앞잡이 닝겐

비록 한 게임이지만 승점을 따낸 것을 보고 IBM에서는 확신이 들었는지 정말로 작정을 하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체스 전용 칩을 16개에서 480개로 늘리고 알고리즘 또한 개선했다. 다수의 그랜드 마스터들을 고용하였고, 그동안의 카스파로프의 기보를 분석해 파훼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7년 IBM은 딥 블루를 다시 업그레이드하여 카스파로프에게 재도전하였다. 이 경기에서는 5경기까지 1승 3무 1패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한판을 딥 블루가 따내면서 딥 블루의 승리가 되었다. 이로써 딥 블루는 "공식 경기에서 세계챔피언에게 승리한 최초의 체스 컴퓨터"가 되었고, 카스파로프는 "컴퓨터에게 패배한 최초의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즉, 요약하자면 1996년에는 카스파로프가 딥블루를 제압했고 1997년에는 딥블루가 카스파로프에게 리벤지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유독 이상하게 카스파로프가 딥블루에게 진 것만 부각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1997년 딥블루는 1996년의 딥블루와는 다르며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라는 게 인공지능 역사의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경기초반에 딥 블루가 뜬금없이 자기 기물을 희생시키는 수를 뒀는 데, 그 수가 후반에 승패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다.[7] 너무나 깔끔한 수여서 사실 사람이 둔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허나 이 결정적인 한수가 실은 딥 블루의 버그로, 소프트웨어 오류로 탐색이 불가능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아무 수나 둔 것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이걸 모르던 카스파로프는 이 수를 분석해 보다가 통상적으로 두면 20수 뒤에 딥 블루가 체크메이트로 패배한다는 걸 알게 되고, 컴퓨터가 너무 우월한 나머지 20수 이상을 바라보고 답이 없어서 엉뚱한 수를 뒀을 것[8]이라는 생각에 멘탈이 붕괴되고 말았던 것... 영어 기사일본어 기사일본어 기사 번역 자연의 진화는 역시 돌연변이로부터 오는 것인가

이 부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 기묘한 이야기 극장판 "체스"의 모티브가 되었다.

2016년 3월 9일 이세돌알파고대결을 지켜보고 동병상련을 느낀다며 이세돌이 극복하길 기원하는 트윗을 올렸다. #

3 대선 출마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은퇴 후 2008년 러시아 대선에 야당 대표로 출마하기도 했으나, 정치가로서는 별로 인기가 없어 중도 사퇴하였다.
  1. 망누스 칼센(미국 표기 상으로는 Magnus인데 발음은 Mangus이다. 노르웨이 출신이니 당연히 노르웨이 발음에 따르는 거니까 맞다.)이 2014년 갱신. 체스 최정상의 자리의 계보는 가리 카스파로프-블라디미르 크램닉-비스와나단 아난드-망누스 칼센이다. 미국에서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최연소 GM 자격을 가지기도 했다. 10세 당시 이미 1980년대 체스를 주름잡은 카르포프를 일방적으로 바르는 수준이었다. 이전에 인터뷰에서 "내가 세계 챔피언처럼 둘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카스파로프는 어렵겠지만 카르포프 정도면 할 만하다"고 한 걸 지켰다.
  2. 체스협회 측은 너무 길어진 경기로 두 선수가 건강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두 선수는 게임을 계속하길 원했다고 한다.
  3. 체스협회가 은근 삽을 퍼는 게 망누스 칼센이 2010년 당시 불합리한 세계 챔피언십 토너먼트 규정에 항거해 대회 전체를 불참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의 대한장기협회보다는 낫지
  4.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거대 컴퓨터의 이름을 딴 것이다.
  5. 참고로 사진 속의 남자는 펭슝수라는 인물인데 훗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대신 바둑돌을 놓아주는 아자 황이라는 인물이 그와 비슷하게 생겨서 아자 황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6. 몇 가지 최적화가 있긴 하지만 딥 블루의 메인 알고리즘은 당대에 널리 쓰이던 alpha-beta pruning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필요하면 탐색 깊이를 더 늘릴 수 있도록 경험적인 방법이 함께 도입되었다.
  7. 자신의 나이트를 희생시켜서 카스파로프의 폰을 잡았고, 이는 카스파로프가 캐슬링으로 킹을 보호할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
  8. 이 사건은 19년 뒤에 똑같이 반복된다. 근데 이 쪽은 오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