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재조합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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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잔과 마티니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Replicator

스타 트렉 세계관에 등장하는 기계. 직역하면 '복제기'지만 한국 스타 트렉 팬덤에서는 이 기구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물질재조합장치' 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The Next Generation, TNG)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물론 스타트렉에서 처음 창안한 개념은 아니고 폰 노이만이 1940년대에 개념을 완성한 유니버셜 컨스트럭터를 기반으로 한다. 폰 노이만이 좀 천재였어야지 이외에 데이어스 엑스 같은 SF물에도 많이 등장하나 워낙 만능도구라서 이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지므로 등장해도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쉽게 말해서 원자의 재배열을 통해 물체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그 기본이 되는 최소한의 질량, 그리고 재배열에 필요한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만 재료는 원자 상태로 보관할 수 있고 재료를 싣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거의 고생 안 하는거나 다름없다. 커뮤니케이터, 트랜스포터와 함께 스타 트렉 시리즈를 대표하는 삼신기 중 하나이다.

이 장치로 인해 스타 트렉 세계관에서의 인류의 생활은 그야말로 극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사실상 과학을 빙자한 마법이나 다름없는 기술을 쓰는 셈이 되었다. 모든 연방 거주민들이 재조합장치를 통해 원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연방은 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오로지 적성과 정신적인 성취감을 추구하여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1]

그러나, 이 장치가 있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원자의 재배열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에너지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 극중에서는 도깨비 방망이 마냥 뚝딱 하면 나오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후기 시리즈에 가면 인류가 당연히 쓰고 있는 이런 편리한 도구들을 쓰지 못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멘붕으로 치닫는지 보여 주기도 한다. 이 시대에도 전투식량은 여전히 맛이 없는지 먹는 등장 인물은 모두 불평불만을 하면서 처절함(...)을 강조한다. 그냥 압착한 과일 페이스트처럼 생겼는데 맛 없게 만드는 것도 솔직히 능력이다

식량이나 생필품 같은 것부터 각종 장비, 자재에 이르기까지 컴퓨터가 원자의 배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물체의 복잡성에 따라 만들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극중에서는 작은 물건만 만드는 장면만 나오지만 큰 물건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TNG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민감한 특수장비를 만들어 내기 위해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등장했다. DS9에서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대용량 재조합 설비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다만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명체를 이루는 복잡한 유기 분자들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합성할 만큼 정교하지는 못하기 때문. 생명체를 복제하는 기술은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진 몇몇 외계 종족들이나 가지고 있는 정도이다.(트랜스포터와 레플리케이터는 물체를 조합할때 해상도 수준이 다르다. 다만 겁스의 TL12에 나오는 같은 이름의 장비는 이 제한이 없는데, 겁스에서는 생명체와 기계의 간극은 TL11에서 이미 없어지기 때문.)

비슷한 이유로 음식 역시 제 맛을 완벽하게 복제하지는 못한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식품은 현실 세계의 인스턴트 식품보다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정도. 특히 생식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클링온들은 음식을 복제하는 행위 자체를 야만적이라 무시하고 들어간다. 중요한 행사를 대비해 복제된 음식이 아닌 진짜 음식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 뤽 피카드 함장의 말에 의하면 캐비어와인 둘다 재조합으로는 원래 맛을 낼수가 없어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진품을 갖고 다닌다고 한다.[2]

금속과 귀금속, 지폐도 에너지와 재조합 패턴만 있으면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세계에서 물질로 된 화폐는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변화에 걸맞게 연방처럼 아예 화폐 개념을 없애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채택하거나, 재조합이 불가능한 라티넘(Latinum)이라는 귀금속을 주된 물질 화폐로 사용한다.

홀로그램실 같은 시뮬레이션에서 먹고 마시는 음식 역시 재조합으로 만들어서 구현한다.

TNG에서 보이는 것 같은 다목적 재조합장치는 비교적 최신 기술로, 진정한 재조합장치가 등장하기 전까지 과도기적인 기술이 몇 차례 등장하였다. 인류가 우주로 막 나가던 시기(ENT)에서는 단백질재배열장치(Protein Resequencer)라 하여 단백질을 주된 구성요소로 하는 음식(고기나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그쳤고, 23세기(TOS)에서는 음식 합성기(Food Synthesizer)로 드디어 음식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음식 합성기로 특정한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자료 테이프(...)나 플로피디스크(...)처럼 보이는 외부 저장 장치를 통해 디스켓을 바꿔 끼우듯 넣어줘야 했다.[3] 50년이 다 되가는 세월이 느껴진다.

참고로 큐티하니의 공중원소고정장치라는 것이 이것과 아주 유사하다.

현실의 3D 프린터가 이 장치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3D 프로토타입 제작에 쓰는 수준이라 기술적으로 갈 길은 멀고, 극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설계에 대한 지적 재산권 분쟁과 무기를 만드는 설계가 통제를 벗어나는 문제점 등이 벌써 드러나고 있다. 사실 재조합장치로 무기를 대놓고 복제한 것도 유난히 어두운 설정을 쓰는 DS9이 처음이었다.[4]
  1. 오로지 이런 모습을 강조할 목적으로 냉동수면에서 깨어났다가 자신의 모든 재산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며 멘붕하는 자본가가 출연하기도 했다. (TNG S1E26 "The Neutral Zone")
  2. 단, TNG쯤 되면 이미 동물 애호 사상도 정점에 달해 가축을 사육조차 하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캐비어는 어떻게 구하는지…일종의 설정구멍이라고 봐야 할 듯.세포배양해서 만들었겠지. 캐비어 항목의 내용을 보면 해조류를 이용해 만든 채식주의자용 캐비어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일지도 모른다.
  3. 당시에는 플로피 디스크 크기의 매체에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해서 만든 소품이지만, 저장매체의 발전 속도는 당시의 상상을 한참 초월해버렸다.
  4. 3기 7화에서는 기지 방어용 무인 디스럽터를, 5기 26화에서는 기뢰에 탑재되어 하나를 터뜨리면 둘이 복제되는 자가 복제 어뢰를, 7기 13화에서는 트랜스포터 기술이 적용되어 장애물을 무시하는 소총(TR-116)을 복제하였다. 특히 TR-116 소총은 설계도 자체가 기밀로 묶여있었음에도 장교가 복제하여 무고한 민간인과 장교를 살해하는 데 악용되었다. DS9을 숭배하다시피하는 스타트렉 온라인에서는 좋다고 TR-116의 특수 능력까지 구현해서 게임에 캐쉬 아이템으로 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