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의 역설

1 개요

자연적으로 산불이 일어난 숲지역이 그렇지 않은 숲지역보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자연적인 산불은 오히려 산림에 좋다는 이론.

이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 지역에서 나무의 양적인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자연히 해당 지역의 토질이나 기후에 가장 어울리는 몇 종류의 나무만이 차지하게 되고, 그 나무들도 지나치게 밀집하게 자리잡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한정된 나무와 연관된 동식물만으로 생물의 종이 한정되는 한편, 지나친 밀식(密植)으로 인해 토질의 비옥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때 자연적인 산불이 일어나서 일종의 '간벌'을 해주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수풀들이 자라나야 하므로 보다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며 나무에 집중되어 있던 영양분도 토양으로 돌아가서 비옥도를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실제 적용

이때문에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은 산불이 일어나도 일정 수준까지는 방치하는, 이른바 '렛잇번(let it burn)' 방침을 지킨다. 이는 서부 지형이 건조하고 자연적으로 산불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비교적 물이 많은 동부에는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호주의 환경보호국은 아예 서부지역에 3~5년 마다 일부러 체계적인 통제하에 인위적으로 제한된 산불을 낸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몇몇 식물들은 이젠 산불이 없이는 번식 자체가 불가능한 식물도 있다.[1] 되려 산불을 지나치게 막을 경우 계속해서 쌓이는 탈것(탄화된 나무줄기, 낙엽 등) 때문에 불이 지나치게 커져버려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호주가 이걸 모르고 계속해서 산불을 막았다가 한번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 낭패를 본 적이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위의 미국이나 호주처럼 철저한 계산 아래 계획적인 산불을 내지는 않지만, 산불이 난 곳에서 희귀나비와 초식동물들이 번성하게 되었다는 얘기는 나온다.뉴스 기사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가 햇빛을 가려 숲 바닥에 풀이 돋아나지 않게 되자 이를 먹는 초식동물도 사라졌었는데 산불 이후에 다시 생태계가 풍족해졌다고.

3 유의점

생태학의 여러 이론들이 그렇듯, 이 이론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불이 진화된 후 새로운 수풀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열린 공간에 새로 새싹을 트기 용이한 종이 다른 종들을 밀어내 버려 독점하는 경우도 생기며, 산불에 의해 생물 다양성이 반드시 많아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자면 떡갈나무가 주류종인 숲이 산불 후 빨리 들어선 갈대류에 의해 평원지역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영양분이 토양에는 거의 없고 생물체에 집중되어있는 열대우림 같은 경우에는 산불이 나고 나면 토양이 척박해져 예전의 모습을 갖추기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열대우림은 나무 하나하나가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종 다양성이 아주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고. 자원관리측면에선 토지의 이용 목적에 맞추어 산불을 허용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애초에 이 이론은 지중해성 기후나 해양성 기후에 속하는 서구권이나 일본에서만 들어맞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에 극단적으로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열대우림 못지않게 황무지가 되므로 결코 좋게 회복되지 못한다.[2] 명심하자, 한국은 대륙성 몬순기후이다. 즉 인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반도는 초토화가 되었을 거란 얘기다 무시무시한데?

4 관련 문서

  1. 국내도입종 가운데 방크스소나무가 그 예다. 방크스소나무의 솔방울은 고온을 받아야 벌어지기 때문
  2. 과거의 사례나 현재 북한민둥산들을 생각해보자 아니, 애초에 한반도의 기후는 그냥 위도가 높아서 연교차라는 게 존재하니까 온대 혹은 냉대로 분류되는 것이지, 강수량 집중도는 사바나기후랑 똑같다.(애초에 사바나기후도 쾨펜의 기후 구분상 wintertrocken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