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간담 V

1984년 개봉한 한국극장판 애니메이션. 감독은 로보트 태권V김청기.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목은 기동전사 건담에서, 메카닉은 초특급요새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베껴온 표절작이다. 주역기인 '간담v'는 누가 봐도 마크로스의 VF-1으로 로봇의 발목에도 'VF'라는 마킹이 그대로 나와있다. 그런데 VF-1처럼 3단 변신이 가능하지만 거워크 상태에서 호버 주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통 튀면서 이동한다. 인간형의 모습으로 적 괴물과 육탄전을 벌이다가 괴물이 간담V의 어깨를 발톱으로 잡고 하늘로 날아가 떨어뜨리려는 순간, 머리에 달린 작은 레이저 포로 괴물의 영 좋지 않은 곳을 사격하는 그 장면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또한 눈 부분의 삼각형에서 빔을 쏘기도 한다.

그 외에 주인공 남궁탄이 '간담'이라는 외침과 함께 콕핏에 빨려 들어가는 탑승장면은 용자 라이딘의 페이드 인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지구인이었던 남궁탄이 극 초반에 한번 죽었다가 외계인 디케와 합체해 다시 살아나는 장면은 울트라맨을 연상케 한다.

참고로 이 표절작을 만든 건 바로 스폰서 때문이다. 전작인 암행어사 똘이장군이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 낭패를 겪던 김청기에게 뽀빠이과학이란 업체에서 일본의 프라모델, 그러니까 바로 발키리 모형을 보여주며 이거 나오는 로봇 애니메이션 만들면 제작비를 대주겠다고 하여 만들게 된 것. 뽀빠이과학이 만든 이 짝퉁 모형이 파이터, 가워크 및 배틀로이드로의 완전변형은 물론, 어떤 형태에서도 스탠드의 도움 없이도 자세를 유지하는 등 당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였고 이에 감탄(?)한 일본 반다이가 표절을 문제시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는 썰이 있다. 그리고 뽀빠이과학은 짝퉁으로 만들던 제품을 당당하게 JOON's 라는 상표를 달고 발키리 제품으로 하청 수출까지 해냈다(...). 당시 구매한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일제보다 이 짝퉁판이 품질이 좋았다는 평을 남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짝퉁완구에는 엄청난 비화가 있다. 사실 마크로스 VF-1J 완구의 원래 제작사는 일본의 타카토쿠사 인데 몇년 뒤 미국에 마크로스 애니를 로보텍으로 개명후 방영을 하였다. 로보텍 애니가 현지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서 완구를 현지에 판매하기 위해 재생산을 하려 했으나 하필이면 완구 제조사인 타카토쿠가 부도가 나서 공중분해된지 오래라 완구 판매가 불가능하여 이 때문에 마크로스 제작사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시기가 적절하게도 뽀빠이과학이 짝퉁을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급파되어 현지상황을 확인한 후 표절건에 대해서는 묵인한다는 조건 하에 뽀빠이과학이 이후 직접 정식 라이센스를 얻고 로보텍이라는 이름으로 완구를 수출하게 되었다. 로보텍 이후 생산된 물량 중 내수용은 스페이스 간담V 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마크로스 제작사의 답변이 있던 것인지 90년도 초반까지 생산된 물량은 <스페이스 간담V>라는 이름으로 계속 생산이 되었었다. 이후 SBS에서 <출격!로보텍>이 방영되었을 땐 스페이스 간담V라는 이름을 버리고 미국에 수출했던 로보텍이란 이름과 포장으로 그대로 국내에서 판매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뒷사정이야 어쨌든 결국 표절작은 표절작이라, 그 존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두고두고 관심끄는 욕먹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일본에서는 이것도 건담 시리즈에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기도.[1] 심지어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슈퍼로봇대전 V에서 V와 관련된 작품으로 세워진 2ch의 스레에서 태권브이와 함께 이 작품이 언급되는 촌극도 일어났다.(...)

단, 스토리 자체는 아동용 로봇 애니메이션치고는 제법 진지한 구석도 있고, 극 중간중간에 적절한 개그도 들어있는 등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평도 있긴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훗날 김청기 감독 이름을 달고 나온 괴작이자 희대의 짜집기 애니메이션(...)메카 3와 로봇군단에도 참전했다. 참고로 이건 김청기 감독이 만든 게 아니고, 제작사 측에서 이름만 멋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한마디로 감독도 없이 지 혼자서 완성 된 작품.

이 작품이 개봉하고 몇년정도 지난 후에 AFKN에서 로보텍 애니를 방영해버려서, 당시 애들은 '분명 스페이스 건담V가 나오는데, 주인공과 스토리가 전부 다른 애니'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어렴풋이 김청기가 표절이었고, 이쪽이 오리지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참고로 기동전사 V건담보다 먼저 나왔다
  1. 근데 작중 주인공이 로봇을 조종할때 나오는 면상은 아무로하고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