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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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병에게 없어선 안될 매우 중요한 물건. 이것과 환상의 궁합은 제본테이프. 국군 전략물자이자 이 것이 없으면 작전은 물론 인원파악조차 불가능하다 이것을 붙이는 작업을 아질이라고 한다

행정병들이 자주 만지는 뒤쪽에 접착성분을 발라 플라스틱 코팅지에 붙여 놓은 합성수지제 투명 필름. 잘 모르는 사람은 접착 시트지 같은 구조의 거대한 통 투명 비닐 스티커를 상상하면 된다. 사진에 나온 것은 접착제가 안발라져있는 필름 아스테이지. 즉, 물아스테이지이다.

군대에서 아스테이지를 쓰는 이유로는 종이에 이것을 부착하면 어느정도 방수처리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위에 화이트보드 등에 쓰이는 마커팬으로 뭔가를 쓴 뒤 천으로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시로 내용을 쓰고 지우게 되는 문서(지도나 인원파악용 문서)나 장비에 주기(이름표)를 붙이는 용도로 쓰게 된다.

원래의 명칭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의 약칭인 아세테이트에 紙를 붙여 아세테이트지가 되어야 하겠지만, 구전과정에서 발음이 변형되어 아스테이지(아스테이紙)라고 많이 불린다. 종이를 뜻하는 ~지(紙)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필름이다. 두꺼운 것과 얇은 것이 있으며 두꺼운 것은 내구성이 강하고, 얇은 것은 접착력이 부족할 때 라이터 등으로 열을 가해서 고정시키거나 굴곡진 부분에 붙이기에 편리하다. 너무 과도한 열을 가하면 타면서 유해한 기체를 발생시킨다.

보통 사회에서는 스카치 테이프 등으로 떡칠을 해서 붙인다. 당장 보는데는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두게 되면 테이프의 누리끼리한 본드가 책에 들라붙어서 책을 변색시킨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아스테이지를 사용하여 매우 편리하게 부착하고 그나마 위에 서술한 문제도 없는 편이다. 행정병이 아스테이지의 편리함에 한번 맛을 들이게 되면 사회에서도 아스테이지를 사용하여 책에 이름을 부착하거나 벽에 주의사항이나 문서 등을 부착하기도 한다. 물론 민간인들은 놀라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일반적으로 뒤에 붙어 있는 앞면이 코팅된 종이는 하늘색이며 자르기 쉽도록 방안이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자를 대고 자르지만 기술이 늘면 방안에 칼만 대고 그냥 직선으로 자를 수 있다. 일부 절약정신이 철저한 부대의 경우 쓰고 남은 쪼가리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고 모아서 재활용한다. 쪼가리들을 떼어서 넓은 코팅면에 붙여놓는다.

군대에서 그렇게 많이 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급물자가 아니기 때문에 군장점이나 문방구에서 사야하는 물건이다. 일종의 비표준물자 정도. PX에서는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팔고 있다. PX에서 팔지 않는 경우에는 간당간당할 때마다 행정보급관이나 처부 간부에게 징징대자. 투덜거리며 자가 차량을 이끌고 문구점에서 한 롤씩 사 올 것이다. 물론 훈련 준비를 위해 바쁜 와중에(그것도 일과 이후 밤중에) 전 중대에 아스테이지가 떨어진 경우 최악의 똥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육군대학의 경우는 학생장교 교육용품으로 산처럼상당량이 보급되고 남은 물품을 병사들이 유용하게 사용한다.

사회(군대의 반대말인 그 사회 맞다.)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주로 학생들이 책에 커버를 씌우는 용도로 많이 사용.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서적을 구입하면 비접착식 아스테이지로 포장해주며, 500원 정도를 받고 책을 포장해주는 곳도 있다. 그런데 고시서점에서 사용하는 아스테이지 한 롤의 가격은 2~3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비닐값이라기보다 인건비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점 주인은 설렁설렁 쉽게 싸는 것 같아도, 집에서 직접 해보면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작업이다. 집에서 직접 포장할 경우 손재주가 있으면 예쁘게 코팅한 것처럼 할 수 있지만 손재주가 없으면 어째서인지 책표지에 비닐하우스가 만들어진다(...).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더 팽팽하게 당겨서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요령이다. 약간의 연성이 있어서 만들고 나면 늘어나기 때문.

사무용품이지만 전반적으로 일반 사무직에서는 그다지 쓸 일이 없는 듯. 참고로 재활용 업체에서 별도 수거 후 재생 아스테이지로 부활이 가능하다. 요즘은 투명 아스테이지만이 살아남았으나 10여 년 전만해도 형광색 계열의 착색된 아스테이지도 있었다. 그리고 아스테이지와 제본테이프(흔히 그 검정 테이프라고 불리는 것, 단 전기테이프는 아니다)의 궁합은 가히 최고적인데, 여기에 더해서 얼룩무늬 시트지까지 추가한다면, 당신은 좀 만져봤다는 군바리라고 불릴 것이다.

상황도에 사용하는 비접착식 아스테이지도 단가에 따라서 그 성능이 좌우되는데자본주의의 폐해 비싼 고급품일수록 잘 울지않고 단단하기때문에 전투지경선에 곡선이 매우 많이 들어가더라도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최상품은 미군이 쓰는 아스테이지인데, 책받침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하다. 물론 비싸기 때문에 사단장, 군단장 등 장군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지도에 주로 사용한다. 만들다가 망치기라도 하면 행정관에게 죽도록 욕먹을 수 있다.

접착식 아스테이지의 경우 간단한 작업으로는 위에 나온 것처럼 각종 주기에 쓰이지만, 만렙행정병들의 경우 휴대용 접이식 지도를 제작할 때 코팅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지휘소연습이 아니라 실기동연습의 경우 지휘부가 이동하면서 지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를 대비해서 장군들 전용으로 휴대용 지도를 제작한다. 이 경우 뒤에 골판지 위에 작전지역의 지도를 붙인 후 접착식 아스테이지로 전체를 코팅하는데, 여기서 바로 짭밥의 차이가 느껴지게 된다. 접착식 아스테이지의 강력한 접착력때문에 두번의 기회는 없으며 실수로 잘못붙일 경우에는 지도부터 다시 만들어야하는데, 만렙들의 경우 울지 않고 깨끗하게 코팅을 해낸다.짬밥은 항문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안어렵다 2년만 짬밥먹으면 된다 전역한지 3년 지나고 동아리 행사때문에 아스테이지 작업했는데 코팅기보다 더 깔끔하더라

아스테이지의 종류

  • 일반 접착식 아스테이지 : 흔히 하늘색 시트지에 붙여서 나오는 물건 대부분의 예비군들이나 현역들이 아스테이지하면 생각나는 대목이다. 주로 앞에는 투명필름, 뒤에는 접착제가 발라져 있는 것이 주 특징이다.
  • 코팅 아스테이지 : 흔히 물아스테이지라고 불리고 있는데, 접착식 아스테이지에 비해 얇은 것, 두꺼운 것 다양하게 존재한다. 보통내부 속지를 바꿔써야 하는 상황판 이나 코팅등에 사용하며, 의외로 위의 접착식 아스테이지보다 내구성이 단단해서 내구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다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