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증

문화어 : 려행증

1 개요

"공화국 헌법 제75조: 공민은 거주, 려행의 자유를 가진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북한 주민이 거주지를 벗어나 북한 내의 다른 지역으로 통행할 때는 외국에 나갈 때 발급받는 사증처럼 여행증이라 불리는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간단하게 비유를 하자면, 거주지가 인천인 사람은 여행증이 없으면 영원히 인천을 빠져나갈 수 없고, 나가려면 도경을 넘어도 된다는 허가증을 국가에서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

2 상세

동무, 려행증 내라우! 그런 건 없다.

대한민국은 외화 유출과 국가 안전을 명목으로 국외 여행을 통제한 적이 있었다. 참고로 이 제도는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에 따라 전면 폐지되었다. 다만 달러 발행국이 아닌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여 달러 유출 제한 규정은 남아 있다. 그러나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건 정부 수립 이래 통제된 적이 없었고, 조선시대는 물론 그 악랄한 일제강점기 조차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나 여행을 가는 건 막지 않았다. 중국이야 거주 이전을 통제하긴 하지만 적어도 여행을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사회안전단속법 제17조 "사회안전기관은 려행질서, 걸어 다니는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단속한다."를 근거로 인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자유를 단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여행증 제도'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미친 제도는 1970년대 초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이것은 구 소련의 국내여권제도를 받아들인 것으로, 구 소련은 일단 명목상으로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방국가였으며 각 공화국은 독립국이었기 때문에 타 공화국으로 갈 경우에는 출입국 여권이 필요했다.[1] 스탈린 시절에 집단농장원들에 한해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고 이동을 통제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흐루쇼프 때는 통제가 풀려서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애초부터 각 지방이 주권을 가진 독립국이 아니었다. 북한 실정에 맞지도 않는 소련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삽질이다. 물론 북한이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으니 다른 의도를 갖고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의 통제가 1차 목적일 테고 쿠데타나 김씨 일가에 대한 암살 등을 방지할 목적 등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도입 시기만 봐도 이미 흐루쇼프가 물러난 후[2]인 것만 봐도 단순한 모방이 아님을 알수있다.

북한 주민들은 거주하고 있는 도(道)에서 다른 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행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보안국 출신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여행증의 종류는 일반 여행증과 특수 여행증으로 나뉘며, 특수 여행증은 세 가지 종류로 '평양시 출입여행증', '군사분계연선 여행증', '국경연선 여행증'으로 나뉜다. 일반 여행증은 지방 인민보안부에서, 특수 여행증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직접 승인 및 관리한다. 특히 평양을 출입할 경우에는 호위사령부에서 "위대하신 령도자 동지라고 쓰고 위가 큰 돼지가족들의 안전 보장"이라는 이유로 '승인번호시스템'을 만들어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만일 여행증 없이 무단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 처벌은 둘째치고 그 지역에서 어떠한 시설도 이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고 한다. 이 여행증 제도 때문에 오래 산 사람은 자기 지역 사람인지 아닌지 한 눈에 구분할 수 있고, 또한 만에하나 무단여행자에게 시설 이용을 하게 해주었다간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쫒아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성공단이나 나진, 선봉지구 등에서 작업하는 남한 근로자들을 위해 발행하는 여행증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북한 내 출입국 사업처에서 발행한다.(이건 뭐 진짜 여권이나 다름없지만... 이 여행증에 대해 아는분이 있다면 추가바람) 사진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깨알같은 국적 'X'[3]

북한이 여행증 제도를 존속시키는 명분으로 '국가의 안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김씨 왕족의 체제 존속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의 높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정체가 뭔지는 뻔하다. 자유로운 출입국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계시는 평양돼지우리까지 허가를 받아야 하니 말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이사는커녕 일상적인 여행조차 마음대로 갈수없으며, 이는 본인 거주지에서만 평생을 살아 바깥 세상에 점점 눈이 멀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허가 없이 연고지를 떠났다가 검열에 걸렸을 땐 노동교화소, 노동단련대와 같은 구금시설에 수용된다. 근데 현실적으로 북한의 교통과 식량 사정을 생각하면 타 지역 사람들이 평양의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반 여행증의 경우는 관원과 연줄이 있다면 하루 안에 허가가 떨어지고 발급되지만, 아무런 연줄이 없다면 뇌물의 정도에 따라 허가일이 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평양 한 번 가려면 인맥이고 뭐고 보위부까지 뇌물이 올라가야 한다. 2011년 보도에 따르면, 황해남도 해주시 인민위원회 2부과의 모 지도원은 노골적으로 “빨간 줄(평양증명서)은 30달러, 파란 줄(국경통행증)은 20달러”, 이런 식으로 외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래 걸리는건 덤. 차라리 안 가고 말지 근데 진짜 평양 가는게 30달러라면 3만원인데, 이는 서울 - 대전 간 KTX 가격[4]과 비슷하다.

또한 2000년대에 접어들어 북한의 재정이 막장으로 치달아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관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여행증이 있든 없든 뇌물을 줘야 통과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여행증 따위는 장식입니다. 인민들은 그걸 몰라요.
  1. 또한 주민등록증 역할도 하며 이는 현재의 러시아도 마찬가지라 국내용과 해외용 국제여권이 따로 있다. 여러 연방제 국가도 비슷한걸 시행하나 북한에 비하면 한국톨게이트 수준이다.
  2. 흐루쇼프의 서기장 임기는 1953년 9월~1964년 10월이다.
  3. 북한도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4. 특실 기준 30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