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송곡

Funeral March

1 서양의 장송곡

헨리 퍼셀(H.Purcell)의 《메리 여왕을 위한 장송곡》 中 〈행진곡〉(March : Sounded Before Her Chariot), Z.860.

서양의 장송곡 중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매장의 경우, 전통적으로 행진 - 매장 - 정리 순의 3단계를 갖추도록 되어 있어서, 음악 역시 그에 맞게 배치된다. 여기에는 총 7개의 전례문(sentences)이 사용되는데, 행진에 3곡, 매장에 3곡, 정리에 1곡의 구성이다. 모든 전례를 마칠 때에는 칸초나(canzona)가 연주된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장송곡은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프레데리크 쇼팽피아노 소나타 2번(작품번호 35번)의 3악장이 있다. 여기에는 부제 "장송 행진곡"(Marche Funébre)이 붙어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도 이 이름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듣기 그 외에도 위에 링크한 헨리 퍼셀의 장송곡,[1] 샤를 발랑탱 알캉의 솔로 피아노를 위한 교향곡 2악장,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에드바르 그리그의 장송 행진곡,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15번 등등이 있다.

의외로 많은 장송곡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음악은 위의 헨리 퍼셀이 작곡했던 것이다.[2]

흔히 장송곡이라고 여겨지지만 장송곡이 아닌 경우도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3] 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지만 본래 장송곡 목적으로 작곡된 것은 아니다. 흔히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이라고도 불리는 샤콘느 역시 원래는 절대 슬픈 장르가 아니며, 바흐나 비탈리의 샤콘느[4] 작품 역시 구태여 슬프게 연주할 이유가 없는 곡들이다.

추모곡과는 다르다. 추모곡은 망자를 그리워하고 그 뜻을 되새기면서 묵념을 하는 것이지만, 장송곡은 망자의 장례식 현장에서 매장 등의 과정을 거치며 마지막 이별을 하는 도중에 연주되는 곡이다.

2 군대의 영면/진혼나팔 : TAPS

▲ Arlington 국립묘지에서 연주되는 두 편의 TAPS 영상.

24개의 음표로 구성된 트럼펫 곡으로, 군에서는 장송곡과 추모곡 모두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 외에도 대한민국 국군이나 각종 공식 의례에서도 묵념곡으로 연주되는 듯. 군악대 위키러는 정확한 내용 확인바람.

이 곡의 유래에 대해서 전해지는 출처불명의 일화가 있다.

남북전쟁 당시 어느 날 밤, 북군 중대장으로 복무 중이던 한 중대장이 산 속에서 죽어가는 병사 한 명을 발견했다. 깊은 어둠 속에 그 병사의 피아를 식별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 중대장은 병사를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그 병사는 적군인 남군의 군악대였는데, 중대장은 램프를 들어 병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떨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병사는 음악가였던 자신의 아들이었고, 부모 몰래 남군에 자원했던 것이었다.

중대장은, 아니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의무병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들은 숨지고 말았다. 떨리는 손으로 시신을 수습하던 중대장은 아들의 유품 중에서 꾸깃하게 접힌 짤막한 악보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중대장은 특별히 적 병사를 위해 매장하고 장례를 치르는 허가를 받았다. 망자가 아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는데, 나팔수 한 명만을 사용하도록 제한되었던 것. 중대장은 나팔수에게 아들의 악보를 건네며, 이 악보대로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악보에 "TAPS" 라는 이름을 붙이고, 각종 추모/영결식 행사 때마다 연주해 오고 있다.

나름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앞서 출처불명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는 사실이 아니다. TAPS의 작곡자는 남북전쟁 시기 북군의 준장이었던 Daniel Butterfield이며, Scott Tattoo라는 곡을 변형하여 종전까지 쓰이던 소등 나팔곡을 대체하기 위한 곡으로 만들었다.[5] 기록에 따르면 Butterfield 준장은 곡을 만들 때 휘하 나팔수와 함께 실제 곡을 연주해가면서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이 곡이 장송곡으로 쓰이게 된 것은 마찬가지로 남북전쟁 시대의 일화에서 왔다. Harrison's Landing이란 지역에서 포병을 지휘하던 John C. Tidball 대령은 전투에서 아끼던 부하가 전사하자 예포를 동원하는 정식 군인장을 치뤄주려 하였으나 당시 아직 전쟁이 한창인 상황이었기에 예포를 쏘는 것은 거부된다. 이에 대령은 TAPS를 연주하는 것으로 예포를 대신하였고, 이후 이 곡은 단순히 취침 나팔을 넘어서 전사자에 대한 장송곡 및 추모곡으로 쓰이게 되었다.

훗날 이 곡에는 다음의 가사가 덧붙었다. 더 좋은 번역 환영. #

Day is done

Gone the Sun
from the lakes, from the hills, from the sky
All is well
Safely rest
God is nigh

하루가 지나고

해는 넘어가며
호수에서, 언덕에서, 하늘에서
만물이 태평하고
편안히 쉬도다
하느님의 곁에서

3 가톨릭 교회의 미사 : 레퀴엠

해당 항목 참고.

4 한국 고유의 장송곡 : 상여소리

해당 항목 참고.
  1.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에서도 신디사이저 버전으로 등장한 음악이다.
  2. 단, 영상에 나온 행진곡(March) 부분은 아니다.
  3. 이 곡은 사실 알비노니가 작곡한 것이 아니다. 알비노니를 연구하던 한 음악학자가 알비노니의 것으로 여겨지는 모티프를 보고 작곡했다고 "주장하는" 곡이 와전된 것.
  4. 이것 역시 비탈리의 작품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논란이 있다.
  5. 실제 이 곡은 취침 나팔로도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