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저지력

(저지력에서 넘어옴)

1 개요

Stopping power

현실의 총기에서 총알이 목표가 된 사람을 무력화하는 힘의 개념. 간단하게 말해, 명중하면 적이 신체적으로/정신적으로 못 견디고 데꿀멍을 하느냐, 아니면 맞고도 여전히 저항을 하느냐의 척도(尺度)가 되겠다.

대인 타격력, 살상력, 파괴력, 위력 등으로 다양하게 오역되는 용어이다 변형되는 말이다.[1] 총알 한 방을 맞혔을 때 전투불능에 빠뜨리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대인저지력이 가장 본뜻에 가깝다. 요점은 상대를 '죽이는' 능력이 아니라, 한 방에 전투 불능에 빠뜨리는 능력. 공기총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총기도 급소를 제대로 맞히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죽기는 죽는다. 총 맞은 순간 전투불능이 되냐 안 되냐의 문제지.

대인 저지력이 약하면, 상대에게 제대로 치명상을 입히고도 상대가 자신에게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적이 총 맞고 쓰러져서 안심하고 뒤돌아섰는데, 등 뒤에서 빵야빵야하고 픽 쓰러지더니 둘 다 죽었더라… 라는 영화적인 상황이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살아남으려고 적을 쐈는데 자신도 같이 죽어버리면 말짱 꽝이잖아. 이런 경우 외에도, 대인저지력이 낮다면 총에 맞은 적이 죽기 전에 임무 완수를 할 수도 있다. 극적으로 설명하면, 적이 혹시라도 있다면자폭 스위치를 누르기 직전에 총을 쐈는데, 총 맞고도 몇 초 정도 행동이 가능해서, 스위치를 눌러서 다 같이 끔살 된다든가. 대인저지력과 살상능력은 다른 개념이므로, 전투불능이 되지만 목숨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총기 외 예시로는 발목지뢰가 대표적이다.[2]

대인저지력을 고려하여 총알을 만든 역사는 오래되었다. 최초로 대인저지력을 고려해서 개발된 권총용 총탄은 .45 ACP이다. 20세기 초에 미국필리핀식민지로 접수하면서, 같이 죽을 각오마약을 한 상태에서 칼을 들고 덤비는 현지 주민을 저지하기 위해 개발하였다. 원래 미국의 권총용 총탄은 38구경탄이었으나, 원주민이 38구경탄 3발을 가슴에 맞고도 접근해서 장교를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군의 권총용 총탄은 .45 ACP로 바뀌었다.

2 측정방법

대인저지력 측정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 논란은 총기회사와 총덕후들의 끝없는 떡밥들 중 하나다. 신체는 부위에 따라 밀도가 다른 여러 구조의 장기가 가득 들어차 있고, 근육과 뼈, 혈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가벼운 납탄이 음속 정도의 속도로 신체를 뚫고 지나간다고 하자. 어떤 각도에서 어떤 장기를, 어떤 식으로 관통하냐에 따라 그 결과는 수많은 변수를 갖는다. 게다가 사람에 따라 덩치와 건강 상태, 심리적 상태들이 죄다 제각각이니 표준화된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다.

극단적인 예시로, 사람 두개골을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으로 터뜨려버릴 수 있는 .50 BMG탄 이라도,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부위에 맞으면, 상대방이 살아남아 반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무지 아프겠고, 정면에서 맞으면 발이 통째로 날아가겠지만. 비살상무기로까지 간주하기도 하는 연약한 .22LR탄이라도 머리나 급소에 맞으면, 아무리 맷집이 좋은 인간이라도 치명상을 입으며, 재수 없으면 바로 즉사한다. 어디에 맞든 단 한 발에 상대방의 무력화를 보장하는 저지력의 총은 없다. 로켓포쯤 되지 않는 한은.... 물론 일반적으로 사람의 몸통에 맞는 상황을 기준으로 저지력을 따지지만, 테일러 KO 팩터와 같은 수치화된 위력 계산법만으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대인저지력을 수치화하려는 시도는 많다. 에번 마셜(Evan Marshall)이라는 양반이 미국 전역에서 경찰에 보고된 총기 사건(살인, 사고, 경찰 발포 등)을 분석하여, 총탄의 종류별로 퍼센트로 나타내었다. 미국 범죄의 특성상, 체중이 100kg이 넘는 범죄자들이 스팀팩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다 총에 맞은 사건들도 꽤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

3 특징

일반적으로 총알의 구경이 클수록 대인저지력이 높다. 구경이 크다는 건 운동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목표물의 몸에 퍼뜨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45 acp는 파라블럼보다 탄속이 더 떨어지면서 대인저지력은 더 높다. 그리고 탄두의 형태 역시 영향을 끼친다. 탄두가 둥글거나 할로 포인트라면 관통력이 떨어지는 대신, 운동에너지가 효과적으로 퍼진다. 총알이 관통하지 않고 몸속에 버섯 모양으로 퍼지면서 박혀서, 대부분의 운동 에너지를 인체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 《베어》에 보면, 사냥꾼이 총탄의 납으로 된 탄두에다가 X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파괴력을 높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원리다.

권총탄과 소총탄의 운동에너지는 절대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소총탄의 대인 저지력이 절대적으로 높은 건 또 아니다. 상대가 나 자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대인저지력에 큰 변수가 되기도 한다. 근거리에서의 대인저지력은, 높은 운동에너지에 의해 신체를 관통하는 소총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운동에너지가 낮은 권총탄의 경우 신체를 관통하지 못하고, 그대로 체내로 침투하면서 탄두의 운동에너지를 맞은 즉시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총보다 더 높은 저지력을 보일 때가 있다. 물론, 거리가 멀어지면,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긴 소총 쪽이 더 유리하다.

통계에 의하면, 최강의 대인저지력을 달성한 개인 화기용 총탄은 .308(7.62mm) 소총탄. 제작사를 막론하고, 할로 포인트도 아닌 일반 탄환으로 무려 '98%'. 군용 중고 탄환도 98%. 게다가 대부분은 몸에 박히지도 않고 깨끗이 관통했는데도 이랬다. 쓰러지지 않은 2%는 전투종족(…)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위력이 약한[3] .223 레밍턴(5.56mm) 소총탄도 레밍턴사의 JHP 탄환은 97.5%나 나왔다. 《블랙 호크 다운》에서, 쏴도 안 쓰러지는 현상은 민병대가 마약을 처먹고 돌아다닌 데다가, 미군은 관통력이 좋아서 방탄복은 잘 뚫지만, 대인 저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통력 향상탄인 그린팁(Green-tip=SS109=M855=K100)탄을 썼기에 발생한 현상이다.

또한 5.56mm의 낮은 저지력은 현재에도 대두된다. 아프간과 이라크 등지에서도, 총을 맞았지만 돌아다니는 적군들을 보았다는 보고가 많다. 거기다 SS109은 구형 M193에 비해서 관통력이 증가한 탄이지만, 이 탄환이 5.56mm NATO탄, 즉 이 탄을 사용하는 군대에서는 기본탄이다. 이 문제가 6.5mm나 6.8mm 같은 탄환이 개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도 채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5.56mm가 쭉 주력이었기에 계속 쓸 예정이다. 저지력 문제에 대해 적당히 낸 결론은, '한 발로 저지가 안 된다면, 한 발 더 쏴라. 아니, 그냥 애초부터 두 발 쏴라' 정도의 추세다. 한국군은 여전히 사로에서 단발사격… 어쨌거나 한 방의 위력만 보고, 탄약 휴대량과 반동제어, 군장 중량을 악화시키는 선택은 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서는, M4 카빈으로 5.56mm탄 4발을 적에게 명중시켰는데도, 적이 살아서 반격한 예가 있다. 그래서 다시 제식소총탄을 7.62mm NATO로 되돌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실제로 터키군처럼 5.56mm 도입을 거절하고, 21세기에 들어서도 7.62mm NATO를 제식으로 유지하는 군사강국도 있다.

전통의 강자였던 125 그레인 JHP.357 매그넘 권총탄은 여전히 96%. 의외로 Federal사의 .45 ACP 권총탄 중 230 그레인 Hydra-Shok 탄도 95.9%로 올라왔다는 점.

얼핏 보면 권총탄과 소총탄의 성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357 매그넘은 총탄의 종류에 따라서는 78% 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고, .45 ACP는 57% 밖에 안 되는 수치도 있다. .308은 최저치가 95%. .223은 최저치가 91%. 일단 소총탄은 구형이든 뭐든, 맞으면 십중팔구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두 가지 권총탄 모두 반동이 커서 명중시키기 어렵다는 점과, 방탄복에 의해 막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권총탄을 다 막는 방탄복을 5.56mm 소총탄이 아작을 내는 실험은 여기를 참고.[4]

저 조사에서 어떤 탄도 100%를 뽐내지는 못했는데, 유일하게 100% 찍은 물건이 딱 하나 있긴 하다. 12게이지 산탄총슬러그탄. 더군다나 이건 신체를 잘 관통하지 않기 때문에, 탄자의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표적에 그대로 전달된다. 물론 관통력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어지간한 소프트스킨 방탄복 정도는 그냥 뚫고 지나간다. 이런 물건을 맨몸으로 맞으면 당연히 사망 내지는 중상이며, 어느 쪽이든지 간에 전투불능에 빠지는 건 확실하다.

대인저지력과 관통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를 참조.

4 매체에서의 등장

대인저지력을 은근히 강조한 게임으로 데드 스페이스가 있다. 물론 대상이 괴물이긴 하지만…. 스토커 시리즈에서도 어느 정도 대인저지력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보인다. 사람은 소총으로 갈기면 얼마 안 가서 죽는데, 돌연변이는 소총으로 갈기기보다 대인저지력이 더 높은 산탄총으로 갈겨야 소총탄만큼 빨리 죽는다. 특히 돌연변이 중 블러드 서커나 컨트롤러 같은 몸빵이 센 놈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5 참고항목

  1. 탄알을 꼭 사람에게만 쏘는 법이 아니므로 다른 표현들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차량 따위를 상대할 땐 파괴력이 더 적절하고, 과거 기병(騎兵)전에 있어서는 인마 살상력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하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도 과거의 관습대로 인마 살상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물론 이쪽도 밟은 즉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과다출혈 혹은 감염으로 끔살.
  3. 어디까지나 소총탄 중에서
  4. 소총탄은 인체에 그대로 박히지 않고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비록 운동에너지나 관통력은 권총탄보다 강할지언정, 맞으면 몸에 그대로 박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권총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데미지가 덜한 편이다. 대인 저지력이라는 것이 운동 에너지나 관통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할로 포인트 탄환이 일반 탄환에 비해 대인저지력이 우수한 것도, 몸에 그대로 박혀 데미지를 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