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

Die letzten Kinder von Schewenborn(독어)
The Last Children of Schewenborn(영어)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

그로부터 몇백만 년 뒤
사람들은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생물로 진화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지금 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책임지자.
사람들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인류 최후의 7일이 시작되었다.
-프롤로그 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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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내용은 같다. 여기서 실제 내용에 가깝게 표현된 것이 오른쪽 표지. 그런데 첫번째 책은 아버지가 하오체를 사용한다.

구두른 파우제방 작, 핵전쟁의 무서움을 다룬 독일의 소설. 독일이 통일되기 이전의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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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누나, 주인공, 동생의 5인 가족으로 이루어진 주인공 가족은 쉐벤보른이라는 작은 마을[2]에 있는 할아버지의 집에 가다가 근처의 큰 도시인 풀다(Fulda)[3]에 핵폭탄[4]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도착한 할아버지 집에서 피난 생활을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들이 온다고 풀다에 쇼핑하러 갔다가 그대로 산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뒤의 시궁창 같은 상황을 안 보고 한 번에 끝났으니 잘 된 일일지도(...)

이후 산자락에 가려져 있어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쉐벤보른에 피폭된 피난민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들을 돕다가 피난민 병원에서 엄마가 방사능 피폭으로 죽어서 고아가 된 두 남매를 맡게 된다(여자아이의 이름은 지르케, 남자아이의 이름은 옌스다).

남매 중 주인공의 동생은 전염병으로 죽고, 주인공보다 약간 먼저 방사능에 노출되었던 주인공의 친누나는 암에 걸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된다. 피폭될 당시 임신하고 있었다가 산달이 다가오자 불안해진 엄마의 고집으로 원래 살던 집[5] 으로 피난을 갔더니 그 마을은 핵공격에 휘말려서 아예 없어져 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웃집 가족이 집을 빼앗아버렸고, 할 수 없이 눈 오는 바깥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된다. 임신을 했던 엄마는 눈이 없고 손발이 없어 팔다리 끝이 뭉툭한 기형아를 낳고 추위와 기아를 견디다 못해 죽어린다. 그래서주인공과 아버지만 가까스로 겨울을 넘긴다.[6]

몇년 후, 주인공은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핵전쟁 이전의 역사나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하고,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어린이들 역시 극도의 허무주의에 빠져서 주인공같은 어른 세대를 거의 멸시하고, 기아와 병과 혼돈에 찌든 상태. 주인공의 아버지도 교사로 일하다가 어느 아이에게 "살인마!"라는 소리를 듣고는 교직을 그만둔다. 그 아이는 며칠가지 않아서 병으로 죽고만다. 그나마 감자는 잘 자라서 감자만 잔뜩 심고 있다. 이러다 전염병 이라도 돌면..이 상황에서도 멧돼지는 번성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몸에도 점차 방사능 후유증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작중 배경이 되는 쉐벤보른은 원래 동-서독의 접경지대. 하지만 소설에는 동독이고 서독이고 그런거 없이 사이좋게 멸망해서 주민들이 장벽을 마구 넘나든다.[7] 알프스 지역에는 아직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떠나지만 돌아온 사람도 없어서 진위는 검증되지 않았다. 주인공 가족은 고향 프랑크푸르트는 멀쩡하단 말을 믿고는 갔다가 개고생만 하고 돌아와서 그런 뜬소문을 믿지 않게 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적십자에서 지원을 나왔다는 카더라 통신도 돈다.[8] 주인공 일행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동독까지 갔다 오지만 어느 동독 사내를 만나서 여기나 거기가 개판이다.란 말만 듣고는 돌아온다.[9]

아동을 대상으로 써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원폭 이후 마을에 마지막 남은 의사가 절망에 빠져서 자살한다던지... 자기 옆의 시체를 보고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자 어떤 사람이 여기도 저기도 다 시첸데 뭘 새삼스럽게 구니?라고 면박을 주질 않나 불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참혹하게 죽이질 않나 전쟁 이후에도 그나마 제일 부유하던 사람 하나가 자기 집에서 몇 번 도둑질을 한 고아 하나를 때려죽이고 자랑을 하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전재산을 약탈당하고 미쳐 자살하고[10]... 참고로 이쪽으로 관대한 독일의 작품인만큼, 선정적인 묘사도 있다. 피난민 병원에서 화상을 입은 여자아이가 청바지 하나만 입고 윗도리는 벌거벗고 있다가 주인공이 바라보자 봉긋한 가슴을 부끄러운듯 가린다던지...

여담이지만, 원래 '핵전쟁이 일어났어요'야 신난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적이 있다. 재발간 하면서 일부 부분의 번역이 바뀌고 삭제되었던 부분이 추가[11]되는 등, 수정이 있었던 듯. 다만 작품 서두에 등장하는 시의 번역은 재발간 이전 판이 더 나은 느낌.

한국판의 삽화는 초기는 손창섭씨가 맡았는데, 특유의 거칠면서 섬세한 화풍으로 핵을 맞은 지옥을 나름대로 섬뜩하게 표현했다.

참고로 주인공의 이름은 롤란트. 누나와 동생은 각각 유디트와 게스틴이고, 아버지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초반에 페르바트라는 이름이 나온다.

  1. 이후 시의 ... 창세기를 뒤집은 구성으로 7일간 하나씩 재앙이 벌어지며 인류가 몰락하고, 결국 거대한 폭발과 함께 남은 인류가 전부 멸망한다. 성경으로 더 따져 보면 출애굽기요한계시록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내용.
  2. 허구의 도시이지만 작가가 모델로 삼은곳은 자신이 거주하는 풀다의 북서쪽에 있는 슐리츠(Schlitz)라는 마을이라고 함
  3. 여담이지만 실제 냉전기 풀다는 '풀다 갭(gap)' 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정도로 유사시 소련군의 주 기동축선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했다...
  4. 소련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 여행을 가는 길에 듣는 뉴스에서 미소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족들은 이번에도 그러다 말고 넘어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작중 묘사로 보아할 때 이탈리아나 평소 눈엣가시였던 폴란드까지 다같이 날려버린듯 하다.
  5. '프랑크푸르트' 라는 간판만이 눈에 파 묻혀 있는 어딘가 섬뜩한 장면이다!
  6. 그리고 태어난 기형아는 아버지가 죽인다...집을 차지한 이웃도 전염병으로 사망해서 집을 도로 차지하게 된다.
  7. 국경의 철조망이 파괴되어있고 전차가 지나간 무한궤도 자국 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핵공격 직후에는 생존한 병력들 간의 전투가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8. 실지로 재해상황에 교통및 통신이 두절될 경우 이런류의 소문은 돌기 마련이다. 비슷한 소재의 핵전쟁 이후의 미국을 그린 전쟁, 그날의 경우는 하와이는 방사능이 없어서 낙원이다. 알래스카는 아직도 식량을 자급한다류의 소문이 미국전역에 퍼진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실제는 그런 거 없다이다. 우주전쟁 영화판에선 유럽은 조용하다! 아니다, 유럽이 제일 먼저 초토화되었다! 라면서 온갖 소문이 설왕설래한다.
  9. 공식적 통일은 없었지만 이미 이쪽이나 그쪽이나 정부도 다 날아가버렸으니 통일이 된 거나 다름없다는 말도 듣는다.
  10. 이 재산이라는 것은 저장 식품이었다. 이 사람의 집 지하실에는 엄청난 양의 통조림 등의 보존 식품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전부 약탈당한 것
  11. '핵전쟁이 일어났어요'에서는 쉐벤보른 성 지하실에 모여 살던 고아들의 말로 중 삭제된 부분이 있지만 '핵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서는 그대로 나온다. 물론 해피엔딩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진짜 현시창이다. 고아들 중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여자아이 둘 중 하나는 아이들을 위해 햄을 훔치다가 그 주인에게 머리를 맞아 죽고, 다른 여자아이들과 남은 고아들은 전염병, 추위, 굶주림 등으로 뿔뿔히 흩어지거나 죽게 된다. 개중 나이가 꽤 되었던 하반신 불구의 여자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밀어주는 유모차에 타서 생활했지만 아이들이 모두 흩어진 뒤 공원의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 자살을 유모차를 밈으로써 주인공이 돕는다.